한번 울리고 마는게, 문자다.
긴급한데 문자를 보낼 사람은 없으니, 영화가 끝나고 확인했다.
비담이 멋있는것 같다는, 밑도 없고 그렇다고 끝이 있는 것도 아닌, 그뿐인 문자.
녀석은 초등학교 - 그러니까 그때에는 국민학교 였지만 - 2학년때 우리반에 전학을 왔었다.
진주에서 이사를 왔다는 발랄하기 짝이 없는 녀석. 아마도 짝꿍을 했지 싶다.
녀석 말로는 내가 지한테 그렇게 쌀쌀 맞게 대했다나. 허 참. 기억도 나지 않는 일로 핀잔을 듣다니.
어찌되었건 2학년은 그렇게 지나갔고, 녀석을 다시 만난 것은 5학년때였다.
5학년때는 확실히 녀석과 짝꿍이었다. 한달에 한번씩 바꾸는 짝꿍이었는데,
두번 정도 녀석과 짝이었던 것 같다.
여전히 발랄하기 그지없는 녀석과 제법 친했다.
쉬는 시간이면 주변 친구들을 모아서 공기도 하고, 점심시간엔 밥도 같이 먹고.
수업시간에도 뭔 할말이 그리 많다고 내 교과서 빈틈에 빼곡히 필담을 나누곤 했다.
지금도 그렇지만, 그때는 책, 특히 교과서는 어쩐지 깨끗하게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
집에 와서 그 필담을 다 지우개로 지우곤 했는데,
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그게 다 추억인데 싶다. 어린맘에 지워버린게 아쉽다.
하긴 그렇다고 초등학교 교과서를 남겨둔 것도 아니지만.
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는데,
신기하게도 고등학교때 연락이 닿았다.
누군가에게 번호를 알게 된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.
어찌되었든 그 뒤로 간간히 일년에 한 두번씩 문자가 오고 갔다.
한동안 뜸하다 싶었는데 지난 달 쯤 대뜸 전화가 왔다.
지 일하고 집에 가는데 심심해서 걸었단다.
그러더니 연락이 좀 자주 된다. 내가 먼저 할 때도 있고.
얼마전에 TV무비 선덕여왕을 보다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물어봤던 일이 있는데,
그랬더니 뜬금없이 비담 멋있다고 문자가 온거다.
나 영화봤다고 했더니 밥사달란다. 어처구니 상실.
알고보니 지 일끝나는 곳이 오목교 근처인데,
내가 영화를 어디서 봤을까 생각해보니까 오목교 근처일 것 같았다나 뭐라나.
어쨌든, 그래서, 마지막으로 본지 10년도 더 된 친구를,
동네 약수터에 물뜨러 가는 복장이라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바라볼 것 같지 않은 차림새를 하고
만났다.
나나 녀석이나 변하지도 않았는지 단박에 서로 알아봤다.
신기할 만큼, 전혀, 그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,
어색하지가 않았다.
이렇게 편하게, 수다를 떠는 게 얼마만인지.
20대 중반의 여인이 아닌, 유년기의 나를 만난 느낌.
간만에, 즐거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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